■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푸른뱀의 해’ 신년간담회

“세상이 온통 불타는 집 같아

수처작주로 다시 일어섰으면

청년과 소통하는 ‘젊은 불교’

국제선명상대회 등 뒷받침”

“지금 우리는 활활 불타는 집에 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삼계화택’(三界火宅)의 상황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사진)은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신년 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히고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진우스님은 이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위기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고 전쟁의 고통, 기후 문제, 환경 파괴 등으로 전 지구가 생존 위협 속에 있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모든 고통과 어리석음이 일시에 거두어지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변화에는 고통과 혼란이 따른다. 유연한 뱀처럼 아픔을 이겨내고 허물을 벗어 새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조계종의 올해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이날 간담회에서 진우스님은 12·3 비상계엄이 촉발한 탄핵 정국,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등 지난 겨울 국민이 입은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또, 개인과 사회의 평안 및 화합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는 “‘땅에서 넘어진 자, 땅에서 일어나라’고 했다”면서 “현실을 바로 보고 바른 지혜와 의지로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자세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위기 앞에서 최선책으로 ‘변화’를 강조한 진우스님은 조계종 역시 30년 만의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오는 4월부터 조계종은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을 통합한다. 3원으로 분산돼 역동성이 떨어지던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 진우스님은 “보다 유기적이고 신속한 행정을 꾀하려 한다”면서 “신도들의 신심을 증장하고 승가 교육 체계를 현대화하는 것에 일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 홍보실도 신설된다. 2030 세대에 불고 있는 ‘젊은 불교’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한국불교 포용성을 널리 알리고, 지속적으로 젊은층과 직접 소통하면서 포교의 방편을 다양화할 방침”이라고 진우스님은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역점을 둔 선(禪)명상 보급 사업도 지속 시행한다. 예컨대, 4월과 5월을 ‘마음 평화의 달’로 삼아 종단의 역량을 결집한 기획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이 기간 청년들과 함께하는 불교박람회, 마음의 평안을 찾는 국제선명상대회,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인 연등회가 연달아 진행된다. 이밖에, 봉사자 육성을 위해 연간 10억 원의 활동 기금도 조성한다. 진우스님은 “계층, 세대, 지역, 종교를 막론하고 갈등과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화쟁(和諍)과 화합이라는 우리 전통 지혜로 길을 열어가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