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주는 아파트 … 미쉐린 메뉴에 참치해체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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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주는 아파트 … 미쉐린 메뉴에 참치해체쇼까지
최근 찾은 브라이튼 여의도 식당, 미쉐린 맛집으로 인기를 끈 '능동미나리'를 똑 닮은 미나리 곰탕과 국내 일식집에서도 찾기 힘든 가모소바(오리고기 소바)가 점심 메뉴로 나왔다. 양은 미나리 곰탕 속 고기만 건져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푸짐하고 조리원이 직접 서빙까지 해준다. 한 끼당 가격은 9000원 정도.
이날 아버지와 함께 식당을 찾은 대학생 노 모씨(25)는 "어머니가 해외여행을 가셔서 방문했다"며 "물가가 올라 배달시켜도 비싼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식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식·중식·석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 이른바 '밥 주는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2018년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를 시작으로 강남, 강북, 수도권 신도시, 지방 아파트에까지 보급되며 식사 서비스는 이제 4세대 아파트의 필수 상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전에 없던 신시장이 열리자 업계 1위인 신세계푸드를 비롯해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 풀무원, 아워홈 등 국내 거대 식음료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아파트 단지당 월 매출은 1억2000만~1억5000만원으로 높지 않다. 하지만 시설 임대료가 들지 않아 시장 규모가 커지면 높은 영업이익을 남길 수 있다.
아파트 식당의 단골은 조리에 품이 많이 드는 4인 가족이나 은퇴한 부부들이다. 가사노동에 지친 386세대가 자식이 독립하면 부부끼리 아파트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야근이 잦은 40대 맞벌이 가정에서 하교한 자녀, 퇴근한 남편의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다. 한 아파트 주민은 "자주 먹는 집은 대개 엄마가 밥하기 귀찮아해서인 경우가 많다"며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공인중개사들은 이들이 아파트 계약 단계에서부터 식사 서비스 수준을 중요하게 따진다고 한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와 디에이치 자이 개포에서는 이 같은 단골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김동수 씨(80)는 "아파트 식당을 거의 매일 이용한다"며 "날씨도 추운데 아파트 단지에서 나갈 필요가 없고 카드 하나로 이용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방학이니까 손주도 오는데 키즈식도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밥 주는 아파트 입주민 중 60%는 한 달에 4회 이하 수준으로 서비스를 이용한다. 앞서 언급한 브라이튼 여의도도 식사 서비스 이용 가구 비율이 39%로 추계된다. 개포동의 밥 주는아파트 주민 김옥수 씨(70)도 "아파트 식사는 5점 만점에 5점 수준이지만, 집에서 먹는 것이 저렴해 자주 이용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보통 아파트 식사는 공용관리비에서 가구당 1만원 정도 운영비를 걷어가고, 대신 한 끼당 식사 비용을 저렴하게 청구해 운영하는 '관리비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입주민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도 발생한다.
밥 주는 아파트는 관리비 사업장 기준으로 식단가가 한 끼당 7000~9000원으로 책정된다. 식단가 사업장은 1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식단가제는 안정적인 식수 예측이 어려워 급식 업체가 적자를 겪거나 비용 절감을 위해 품질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어 이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한 아파트에서는 가구당 부담금을 두고 주민들 간 갈등을 빚은 끝에 식사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 밥 주는 아파트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파트 특식'이다. 최근 래미안 원베일리에서 진행한 '참치 해체쇼' 특식처럼 입주민들의 이목을 끌어 식사 이용률이 늘어날 수 있도록 특식의 수준을 높이고 빈도를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특식은 '특별한 음식'인 만큼 조리에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급식 업체는 특식에 한해 더 높은 식단가를 요구하고, 입주민들은 기존 금액을 유지하면서 특식을 늘릴 것을 요구해 이들 간 '단가 줄다리기'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입주민회가 입주민의 민원을 반영한다는 명목하에 애초 입찰공고와 달리 비용 청구 방식을 관리비제에서 식단가제로 바꾸고, 식단가나 지원 비용을 조정하면서 업체와의 갈등이 커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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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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